체리소다를 마시는 여인 16x19.5cm Gouache on paper 2020

국형원 작가노트

Record.

 

꽃이 있다.
꽃을 바라보다 감정을 과하게 이입해본다.
사라짐이 아쉬워 사진을 찍어두고 그림으로 담아낸다.
그리는 과정에서 마음까지 줘버려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완성되었을 즈음이면 꽃은 시들어있다.
그림을 바라볼 때마다 그 꽃이 생각나고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작은 감정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그때의 나를 반영하고 기록되어 있는 일기장 같다.
마음이 자꾸 변덕을 부려 여름을 그리다 겨울로 바뀌고

슬픈 음악을 듣다가 그림도 슬퍼져버리기도 한다.

보잘것없는 하루 또한 완성된 그림 한 장에 만족스러운 하루가 되고

수집한 풍경들과 상상들을 자유롭게 나열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 새로운 세상을 만든 것 마냥 그만큼 큰 즐거움도 없다.
한 가지에 집착하기엔 나는 자꾸 변해가고 생각도 자주 바뀐다.
시선에 머무르며 자신을 기록하라고 발버둥 치던 것들과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충실히 제 역할을 해내는 상상들을 마음껏 표현하며 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시간들을 견뎌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