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134 여행에서 두고온 풍경 72.7x60.6 Acrylic on canvas 2015

나윤찬 작가노트

여행에서 두고 온 풍경 - 산토리니의 추억

작년 여름 두 달 계획으로 유럽미술관 여행을 했다. 전에도 몇 번 유럽여행을 했지마는 그것은 단체여행이거나 비즈니스여행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미술관, 박물관, 화랑들을 돌아보는 여행은 처음이다. 런던, 파리, 베를린, 암스텔담, 베니스 등을 여행하며 많은 유명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대했던 것은 베니스에서 크루즈를 타고 산토리니에 가는 것이었다. 그곳에 가면 그림 그릴 것이 많아서 멋진 바다풍경을 많이 그릴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산토리니에 도착하여 이야 마을 부터 아래까지 돌아 보았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림 그릴만한 곳을 찾아 사진도 찍고 기념품 가게에 가서 산토리니 풍경사진이 있는 책도 사고 그림엽서도 샀다. 그러나 내가 그리고 싶던 바다풍경은 아니고, 누구나 알고 있는 산토리니가 있을 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바다 풍경을 그리려고 해도, 인쇄된 듯 한 산토리니 풍경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던 푸른 바다만 보였다.

한동안 바다 생각만 했다. 바다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드뷔시의 바다”, “내 귀는 소라껍질”,

“내 고향 남쪽바다”,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 “어촌으로 돌아오는 고깃배…….

 

캔버스에 푸른 바다를 그리고 한편에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해변 마을을 그린다.

둥근 달이 뜨고, 배들이 여유로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지나가고, 보름 동안 고기잡이 나갔던 어부가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바다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집, 그곳에서 창으로 흘러나오는 따뜻한 불빛, 하늘에 수놓은 별들,

 

완성된 그림을 보며 산토리니를 생각한다. 누구나 아는 산토리니 풍경은 아니다, 그러나 산토리니의 바다 정취는 그대로 그림 속에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렇다, 나의 풍경화는 보고 온 것 (두고 온 풍경)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남아있는 풍경을 사색과, 여행에서의 즐거웠던 기억과, 미적 감각으로 여과하여 그것이 내 마음의 그림으로 태어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